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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잡담

최근 읽은 비개발 도서들 짧은 리뷰(6)

유난한 도전
정경화 저
4.0/5.0

감상평
"6년간 8번의 실패를 겪은 토스 이승건 대표가 말하는 리얼 창업 현실" 이라는 영상을 보고 토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구매했다.
정말 말 그대로 토스의 시작부터, 2022년까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화 같은 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이 모여 토스라는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그대로 적혀있다.
사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읽은 책이긴 한데, 그런 걸 배제하고도 충분히 재미있고 얻을 게 있는 책이다.
간만에 가슴이 뛰었다.


남다른 성취를 하고 싶다면 남달리, 유난히, 각별히 노력하고 헌신하는 수밖에.
- 10p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패라는 결과는 고통스러워서,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희망에 부풀어 일했던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 27p

“캐주얼하고 산뜻한 송금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스파이크나 트러스트는 너무 묵직했고요. 안정적이면서도 쉽다는 느낌을 살리는 게 ‘토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승건님은 그다지 내켜 하지 않았어요. 그때도 승건 님 의견이 크게 중요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팀원들이 투표로 정했죠.”
- 37p

“정신 차려. 지금 네가 성공하든 망하든 아무도 몰라. 차라리 카카오랑 맞붙어서 제대로 망해봐. 그러면 팀이 유명해지기라도 하겠다.”
- 58p

언젠가부터 ‘해내세요’라는 말은 팀의 유행어가 됐다. 비속어가 좀 섞였지만, 미국 스타트업에서 구호처럼 쓰는 ‘Get shit done’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모든 것은 의지와 실행력의 문제일 뿐,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팀원에게 ‘해내세요’는 변명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팀원에게 ‘해내세요’는 응원이었다.
- 91p

“.. 조직이 커지면서 복잡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정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죠. 그러면 기막힌 인재들은 떠나가고요. 능력자들은 규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 문제가 일어나도 쉽게 회복합니다. 따라서 굳이 많은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죠. 조직에서 관리해야 할 가장 주요한 자원은 비용도 근태도 아닌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 95p

기민하고, 책임감 있고, 논쟁을 즐기며, 그 끝에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우리는 실패하지만 결국 성공한다.
- 99p

그 투자는 결국 어그러졌다.
햇빛 쨍한 샌프란시스코의 노천 카페에 앉아 이승건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 110p

“우리는 그동안 실패를 방지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실패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 실패에서 의미 있는 배움을 얻는 것이 중요했고요. 하지만 시간과 자원이 적게드는 ‘저렴한’ 실패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 120p

개발자 한 명은 한꺼번에 8-9가지 제품을 맡는 경우가 허다했다. “스파게티 코드로 짜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오갔다. 어차피 잘 안 될 거고, 안 되면 없어질 서비스이니 코드를 공들여 쓰지 말고 아무렇게나 빨리 만들라는 뜻이었다.
- 126p

이승건에게 “회사를 나가겠다”고 말하자, 그는 예의 냉랭한 표정으로 김유리를 내려다봤다.
“유리님, 지금 이 미팅룸을 나가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유리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할 겁니다. 인생에서 개인을 정의내리는 순간이 드물게 찾아오는데,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에요.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망가면 끝까지 실패자가 되는 거고요, 털고 일어서면 어려움 끝에 승리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으세요?”
- 136p

통제가 없으면 종종 실수하는 사람이 나오고 가끔은 프리라이더도 나타나겠지만, 그건 극소수 1%에 불과하다. 유능한 인재의 99%는 제한 없이 신뢰받는다고 느낄 때 훨씬 더 역량을 발휘한다.
- 152p

“고객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 것도 아닌데, 토스를 통해 송금하지 못한 스트레스까지 보상해야 할까요?”
이승건이 대꾸했다.
“고객이 정신적으로 입은 스트레스가 바로 우리가 끼친 손해입니다. 우리는 고객의 미친 만족감을 향해 달리는 기업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송금 실패가 바로 그 미친 만족감의 적입니다. 토스는 송금 서비스인데 송금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미친 만족감을 주는 데 실패했고, 보상을 통해 다시 미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164p

장애는 괴로운 일이지만, 장애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 방법은 없었다.
다만 한 번 겪었던 장애 유형에 또 속절없이 당하느냐, 아니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실패하고, 그 실패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 173p

팀원들 여럿이 “고마웠다” “응원한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답장했지만 이승건은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회사를 함께 키워온 초기 멤버들이 떠나가고, 그 시기에 필요한 역할을 해줄 새로운 멤버들로 채워지는 것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사이클이었다. 그럼에도 이별은 늘 느닷없어서, 매번 처음 겪는 듯한 상처를 남겼다. 이승건은 수년간 등을 맞대고 일했던 동료들이 떠나며 남긴 메일에 단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다.
- 206p

‘안 될 거야’라는 말은 언제나 토스에는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도전이라는 신호였다. 오히려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터져나올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 238p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트가 한 말이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토스벵크는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된 은행 경험을 해체하려는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 305p

어떤 한계에 닿을 때마다 토스팀은 언제나 ‘왜?’라고 물었다. 공인인증서 없는 송금은 왜 안 돼? 핀테크 스타트업은 왜 직접 투자와 여,수신 서비스를 만들 수 없지? 스타트업은 왜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면 안 될까? 토스는 지금껏 ‘왜?’라는 질문으로부터 혁신을 길어올렸다.
- 310p

토스는 더이상 장기자랑에 나가는 초등학생일 수 없었다. 과거에는 같은 실수를 해도 ‘스타트업이 그럴 수도 있지’ ‘잘 몰라서 그랬겠지’하고 너그러이 이해받았지만, 이제는 ‘꼼수’ 쓰는 회사로 둔갑하기 십상이었다. 웬만한 금융사들과 어깨를 겯는 경쟁자이자 파트너사로 여겨졌다.
달라진 위상에 이승건은 “오늘 이기고 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차라리 오늘 지고 내년에 이기는 방법을 찾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 314p

처음부터 금융을 혁신하겠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왜 이래선 안 돼? 이 방식이 더 자연스럽고 합리적이지 않아?’라는 생각이었다. 완전히 바닥까지 파내려가서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제품을, 조직을, 미래를 쌓아가고 싶었다. 설사 그 과정에서 고난과 갈등을 겪더라도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노력하는 데 그치고 싶지도 않았다. 끝끝내 승리해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거봐, 이게 더 낫지?’하고.
- 332p

 

 

 

 

돌연한 출발
프란츠 카프카 저
4.0/5.0

감상평
카프카의 소설은 언제 읽어도 난해하지만,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극한의 절망에서 오히려 희망을 보는 나 같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들.



나는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다만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어야 할까?
네가 편지에 쓰고 있는 것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맙소사, 만약 우리에게 책이 아예 없다 해도, 우리는 행복할 수는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그런 책들은, 필요하다면 우리 모두 각자 쓸 수도 있을 거야.
우리에게는 마치 불행처럼 다가오는 책들이 필요해, 우리를 매우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 우리가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한 어떤 이의 죽음 같은 불행, 모두가 사라져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 홀로 남겨진 불행, 말하자면 스스로 삶을 끝내야 할 것 같은 불행 말이야.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32p)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좌우로 벽이 보여서 행복했었다. 그런데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있고, 저기 저 구석엔 덫이 있다. 나는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라고 고양이가 말하며 쥐를 잡아먹었다.
(53p)

대문에서 그가 나를 가로막으며 물었다.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 나리.”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나 내처 간다. 그래야만 나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노라.” “그렇다면 나리의 목적지를 알고 계시는 거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라고 했으렸다. 그것이 나의 목적지이니라.” “나리께서는 양식도 준비하지 않으셨는데요.” 그가 말했다. “나에게는 그따위 것은 필요 없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길 터이니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 봐야 양식이 내 몸을 구하지는 못하지.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없는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
(154p)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자유로써 사람들은 인간들 가운데서 너무도 자주 기만 당합니다. 그리고 자유가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로 헤아려지는 것과 같이, 그에 상응하는 착각 역시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입니다. 저는 쇼에서 제가 등장하기에 앞서 공예사 한 쌍이 저 위 천장에서 그네식 철봉을 타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 훌쩍 뛰어넘고, 그네를 타고, 도약을 하고, 서로가 둥실 떠 서로의 품 안으로 떨어지고, 하나가 이로 상대방의 머리카락을 물어 나릅니다. ‘이것도 인간 자유로구나.’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이 안하무인의 율동도.’ 신성한 자연을 이따위로 경멸하다니! 그 어떤 건축물도 이 광경을 보고 원숭이다움이 터뜨린 웃음 앞에서는 지탱하지 못할 것입니다.
(197p)

우리는 눈 속의 나뭇등걸과도 같기 때문에, 겉보기에 그것들은 그냥 살짝 늘어서 있어서 조금만 밀치면 밀어내 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것들은 단단하게 땅바닥과 결합되어 있으므로, 그러나 봐라, 그것조차도 다만 것보기에 그럴 뿐이다.
(267p)

프로메테우스에 관해서는 네 가지 전설이 있으니 
(…)
셋째에 따르면 수천 년이 지나는 사이, 그의 배반은 잊혀 신들도 잊었고, 독수리도, 그 자신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네 번째에 의하면 한도 끝도 없이 반복되는 일에 사람들이 지쳤다고 한다. 신들이 지치고, 독수리가 지치고, 상처도 지쳐 아물었다고 한다. 끝내 남은 것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바위산이다.
전설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 전설이란 진실의 바탕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전설은 다시금 설명할 수 없는 것 가운데서 끝나야 한다.
(272p)

 

 

 

 

비판적 사고 실용적 입문
앤 톰슨 저
3.5/5.0

감상평
"코어 논리학"을 읽다가 벽을 느끼고 선택한 책.
실전 문제들이 있는데 NCS 문제랑 비슷해서 재미있다.
읽으며 내가 논증 오류를 얼마나 자주 범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항상 세 번만 더 생각하자..



(논증)오류 목록에 보통 나오는 것 가운데 미끄러운 경사길 논증이 있다. 이것은 그 자체로는 아마도 별 문제가 없는 어떤 조치나 정책을 도입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는 첫 단계가 된다고 주장하는 논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대마초의 판매와 사용을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미끄러운 경사길 때문에 더 해로운 마약까지도 합법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증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이것은 미끄러운 경사길 논증이고, 따라서 흠이 있다.”라고 그냥 말해서는 안 된다. 왜 바로 이 경우 여기서 말하는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꼭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다. 왜냐하면 합법화를 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는 전례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일반인들의 견해가 바뀌게 되어 어떤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5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