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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잡담

토스 페이먼츠 3년 이하 서버 개발자 챌린지 최종 합격 후기

그런데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습니다.

 

 

 

제 블로그는 그냥 일기장이라 의식의 흐름대로 적었을 뿐 딱히 얻을만한 정보는 없습니다. 

 

 

왜 이직하니?

 

일단 시작 전에 얘기하자면 지금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직하는 건 아니다. 나는 우리 회사가 좋다. 정말로.

우리 회사도 좋고, 회사 구성원들도 좋고, 대표님도 좋고, 내가 받는 대우도 만족스럽다.

 

1. 우리 회사에는 정말 모난 사람이 없다.

직원이 3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라지만, 이렇게까지 모난 사람이 없는 집단은 살면서 처음 경험해봤다.

보통 주변을 둘러봤는데 모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내가 모난 사람이라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제일 모난 사람이다.

 

2. 우리 회사는 노력에 맞는 대우를 해준다.

1년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우리 프로덕트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고객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고쳤다.

일이 없으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그에 맞는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

 

3.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준다.

난 직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개개인에게 책임이 부여될 때 비로소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임을 진다는 게 실패하면 혼나고 눈칫밥 먹는다는 게 아니다.

난 회사에서 꽤나 큰 사고를 친 적이 있지만, 대표님은 "우리는 이제 사고쳐도 아무도 모르게 넘어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조금만 더 주의해주세요."라는 말 한 마디로 넘어갔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삼아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내 마음 속 한 켠에는 언젠가 가보고 싶은 회사가 3곳 정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 1등은 토스.

 

사실 토스는 블라인드만 봐도 흉흉한 소문이 많은 곳이라 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토스가 가고 싶었다. 남들이 "힘들다", "고통스럽다" 말하는 곳에서 버텨내고, 성과를 낸다면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난 늘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난 개발자이기 이전에 토스의 팬이다. 토스라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내 삶의 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토스는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옛날 옛적,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 시절 카카오의 발전을 보며 느끼던 희열, 그 희열을 이제 나는 토스를 보며 느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에 기여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입사한 후에도 꾸준히 토스에 이력서를 넣어왔지만 결과는 번번히 서류 탈락 혹은 코딩 테스트 탈락이었다. 아, 최근 과제 테스트에서도 탈락했다. 막판에 급하게 뭔가를 고치면서 api가 정상 동작하지 않게 됐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그냥 냈다. 당연히 탈락할만 했다.

 

그래도 그냥 계속 넣었다. 다른 회사는 귀찮아서 안 넣어도 토스는 그냥 계속 넣었다.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 이러다보면 언젠가는 붙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코딩 테스트

 

그리고 대망의 3년 이하 서버 개발자 챌린지 모집 공고가 열렸다.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늘 하던대로 할 뿐이다.

떨어지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되고, 붙으면 다음 과정을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너무 쉬웠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한 번도 토스 문제를 보고 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문제는 알고리즘 6문제, 서술형 3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알고리즘 문제 난이도는 백준 실버 정도.

서술형 문제는 평소 컨퍼런스 영상을 많이 보고, 책을 많이 읽었으면 충분히 풀 수 있을 정도의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한 문제가 조금 어려웠다. 시험이 끝나고나서 복기해보니 출제 의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답을 적어놨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리즘 문제가 쉬웠던 만큼 서술형 문제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한 문제를 망쳤으니 이번에도 가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고, 이 일에 대해서는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평소처럼 살았다.

어차피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해봤자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으니까.

 

위에서 내가 평소 가고 싶어하던 회사가 3곳이 있다고 했는데, 몇 주 뒤 그 중 한 곳에서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서류 전형에 합격했고, 2주짜리 과제를 받았다.

간만에 바닥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니까 재미있었다.

 

 

 

테크 면접

 

과제를 일주일 정도 진행한 시점에 메일 한 통이 왔다.

 

 

메일을 읽고 3분간 뇌가 멈췄다.

 

1단계 : 꿈인가?

2단계 : 기쁨

3단계 : 걱정

 

이 순서대로 감정이 변했다.

내 주변에는 지금까지 토스 코딩 테스트에 합격한 사람들은 몇 명 있었지만, 테크 면접을 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면접 한 번 본 뒤로 토스는 어차피 못 붙을 것 같아 이력서도 안 낸다는 사람도 있었다.

 

과연 내가 합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과제와 병행하면서 그 어려운 면접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과제를 포기하기로 했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면접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고, 퇴근 후에는 매일 새벽 2~3시까지 악착같이 면접을 대비했다.

 

그리고 대망의 테크 면접 당일.

그야말로 제대로 말아먹었다.

 

1. 내가 준비한 것에 대한 질문은 정말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여러 면접 후기들을 보고 정말 다방면으로 꼬리 질문의 꼬리 질문의 꼬리 질문까지 준비했는데 거짓말 같이 내가 준비한 부분에 대한 질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토스가 면접을 굉장히 잘 보고 있는 것 같다.

달달 외워서 통과할 수 있는 면접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2. 면접관으로 참여하신 분이 평소 내가 존경하는 분이었다.

그런 분 앞에서 내가 혹시나 틀린 답을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틀려도 그냥 당당하게 말하고 피드백을 받았을 텐데, 너무 위축되어서 "죄송합니다.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면접 경험은 정말 좋았다.

(보안 서약 때문에 어디까지 언급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열심히 쓰다가 다 지움.)

아무튼 지금까지 내가 본 면접 중 가장 면접 경험이 좋았다.

 

면접 경험은 좋았지만, 아무튼 망했다고 생각했다.

크게 우울하진 않았다. 배운 게 있으니까.

그런데 30분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테크 전형에 합격했고, 다음 전형인 문화적합성 면접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했다고 하셨다.

????????????????????????????????????????

기쁨보다도 물음표가 먼저였다. 그 다음엔 기쁨이 몰려왔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난 쓸데없는 겸손을 안 좋아한다. 난 면접을 잘 봤으면 "내가 잘해서 붙었다."라고 말했을 사람이다.

하지만 내 면접은 정말로 엉망이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가진 '무언가'가 면접관님에게 긍정적으로 비추어진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여쭙고 싶다. 그저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문화 적합성 면접

 

보통 결과를 기대하기보단 그냥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나지만 이 시점부터는 더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무조건 붙어야 한다..

불합격하면 앞으로 잠 못 잔다..

 

여러 후기들을 찾아보고, 토스 피드를 읽고, 토스의 유튜브 영상이란 영상은 죄다 시청했다.

그리고 토스의 책 "유난한 도전"과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을 읽었다.

 

어차피 거짓말로 붙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의 경험과 특성들 중 토스에 어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또 시간이 빠르게 흘러 문화 적합성 면접 당일.

최대한 내 장점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어필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노력했다.

라고 말하면 면접 잘 본 것 같겠지?

아직도 나의 바보 같은 답변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

 

문화 적합성 면접도 테크 면접과 마찬가지로 면접 경험은 좋았다.

다만 내가 면접을 잘 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 그냥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매우 초조했음)

 

 

 

최종 합격

 

 

이틀 뒤, 합격 전화를 받게 됐다.

이후에는 레퍼런스 체크 -> 오퍼레터 -> 최종 결정 순으로 진행됐다.

 

정든 동료들,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직장이고, 내가 그리는 커리어를 위해서 망설임 없이 떠나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벌써 마음 한 켠이 허전하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입사까지 남은 시간은 3주.

그동안 회사에 남아 진행하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인수인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는 토스에서 사용 중인 기술 스택이지만 나는 잘 모르는 Corutine, Webflux에 대해 겉핥기라도 공부를 할 예정이다. 막상 들어가서 적응 못하면 아무 의미 없으니 ^^^....

 

언젠가 반드시 토스에 입사하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기회가 찾아와서 아직 얼떨떨하다.

내 삶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를 젓는 수밖에..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99% 취준이나 이직을 준비 중인 사람일텐데,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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